순심이는 몇 달전에 만호네 카페에 취직한 아이였다. 고등학교
를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어야 해서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지배인
이 말해주었다. 눈치도 빠르고 제법 몸도 부지런하다며 지배인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알고 봤더니 순심이는 시골에서 올라온 것
이 아니라 가출을 한 모양이었다. 그 부모가 벌써 몇 달 동안 실종
신고를 하고 찾으러 다녔다고 했다. 그러다가 순심이와 비슷한 애
가 만호네 가게에서 일한다는 소리를 듣고 찾으러 왔는데, 지배인
이 아예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도 않고, 그런 애는 없다며 순심이
의 어머니를 내보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때 막 부엌에서 나오던
순심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는 거였다. 놀라고 화가 난 순심이 어
머니는 그 길로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엄마의 입장
에서 생각하자면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있으며 몹쓸 짓을 시킨다
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만호는 생각했다.
만호가 들어서자마자 뒤이어 순심이의 아버지가 들이다쳤다. 순
심이의 아버지는 다짜고짜 만호의 멱살을 잡았다.
"이런 몹쓸 놈! 어린 아를 데려다가 술을 따르게 해?"
자초지종도 모르고 멱살부터 잡이는 순심의의 아버지 때문에 만호
는 영문도 모르고 몇 대 쥐어 터졌다. 오히려 경찰이 순심이의 아
버지를 뜯어 말렸다.
"거 좀 조용히 하세요. 일단 경찰서로 가서 자세히 알아볼 테니
까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
만호는 순식간에 파렴치범이 된 듯싶어 씁쓸했다. 만호는 지배
인을 바라보았다. 지배인의 얼굴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
다. 만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였다. 경찰들은 일
단 만호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만호는 말없이 그들을
따라 나섰다. 만호의 뒤에서 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지배인이
한마디 했다.
"죄송합니더! 사장님. 하도 순심이가 딱해가...... 그런데 지도
몰랐심더. 그냥 시골에서 올라온 아이로 알고...."
"됐다. 내가 가서 처리하고 온다. 일단 가게 정리부터 하그라."
경찰서에 온 만호는 아무리 순심이가 미성년자인줄 몰랐다고 해
도 경찰은 만호의 말을 도무지 믿지 않았다. 일단 순심이 부모님
이 만호를 곱게 보지 않았다.
"딱 봐도 알라인 게 티가 나는데 어째 모른다 하는 기가? 게다가
주민등록증도 안 보나? 요즘에는 가게에서 사람 구할 때 제일 먼
저 보는 게 주민등록증이라 하든데! 어이?"
"이 자슥이 이거, 우리 순심이 살살 꼬셔가 술 따르고 남자 무릎
에 앉히고 그러려고 잡고 있었던 거 아냐!"
"그렇게 당당하면 와 내가 갔을 때 빼돌렸는데! 어이?"
흥분해서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순심이 부모 때문에 조서도 제대
로 꾸미지 못할 지경이었다. 보다 못한 경찰이 순심이 부모에게
문 밖에 나가 대기하라고 일렀다. 밖으로 나가면서도 순심이 부모
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대로라면 만호는 그야말로 어
린 애를 데려다 몹쓸 짓을 시킨 파렴치범이었다. 그 옆에서 순심
이는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고개를 푹 파묻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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