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큰일 났습니더!"
오밤중에 전화벨이 울려 부스스 눈을 뜬 만호에게 전화기 너머
에서 지배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잠결에 전화를 받던
만호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았다.
"와! 무신 일이고?"
"경,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더!"
지배인은 너무 놀라 말도 있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만호는 차
분했다. 카페나 주점에 경찰들이 오는 건 가끔씩 있는 일이었다.
만호네 카페 역시 그동안 몇 차례 경찰들이 방문을 경험한 터였
다. 만호는 아마 오늘도 경찰들이 단속을 나왔는가 보다 생각하고
심드렁하게 전화를 받았다.
"경찰들이 온 게 와? 별 문제 없다 아이가!"
"순심이가 결렸습니더!" "순심이? 순심이가 누고?"
만호는 눈을 껌벅거리며 지배인에게 물었다. 한 번도 들어본 기
억이 없는 이름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지배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와, 유리라는 아 있지 않습니꺼! 주방에서 설거지하던!"
그제서야 만호는 유리라는 아이를 떠올렸다. 그런데 설거지 하
는 그 애가 뭐가 어쨌다는 것일까? 만호는 여전히 의구심에 쌓여
지배인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아가 와? 누가 때맀나?"
만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유리를 누가 건드려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왜 그 애 때문에 경찰이 온단 말인가!
"그기 아이고예. 순심이 그 아가 미성년자였단 말입니더!" 그제야 만호는 사태를 파악했다. 미성년자고용법 위반이었다.
"사장님, 일단 카페로 좀 나오셔야 겠으예. 제가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도 않습니더! 어떤 녀석이 꼰질렀는가, 단속할 때도 아닌데
아예 작정을 하고 왔다 아임니꺼!"
만호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카페로 나섰다. 잠결에 놀란 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카페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고
하자 아내는 걱정스런 얼굴로 만호를 바라보았다.
"별일이야 있겠나. 내도 모르게 깜빡 속아서 들어온 아를. 괘안
을 끼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전화할게."
아내에게는 그렇게 안심을 시켰지만 사실 만호 역시 가슴이 두
근거렸다. 그동안 수없이 경찰들의 단속이 있었지만 특별히 문제
가 될 만한 일을 만드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넘어갈 수 있었다.
겅찰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꼬투리를 잡으려 애썼지만 만
호는 위기를 넘겨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만호네 카페
를 찍어놓고 왔다고 했다. 그것은 누군가 제보를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만약 문제가 되어 왔다면 피할 길이 없을 터였다.
만호가 카페에 들어서자, 경찰들은 아예 테이블에 앉아 몇 명의
종업원들을 세워놓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순심이가 본명인 유리
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들의 심문에 응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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