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이민을 간다 아이가. 마누라가 어찌나 성화인지 안
갈 수가 있어야제. 예전부터 자기 이모가 있는 뉴질랜드로 가자꼬
했거든."
"그라모 가게는 우짜고? 잘 된다 카드만."
"그래서 내가 니를 보자 안 캤나. 건물도 신경 쓰이고 이제 막
터 잡아 놓은 가게도 걸리고, 그래가 니한테 부탁 좀 할라꼬."
용이는 믿을 만한 놈이 필요해서 만호를 찾았다고 했다, 카페가
들어선 건물이 용이네 건물인데 가족들이 모두 이민을 가기에 관
리를 할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따로 관리인을 두자니
영 걸린다는 거였다.
"그래가 말인데, 그 카페를 니가 하모 우떴노? 월세는 어차피 우
리 건물이니까네 필요 없고, 대신 건물관리 좀 맡아 도! 큰 거는
없다. 월세 받아가 보내주고, 들고 나는 사람들 좀 챙겨 주고, 총
관리만 해주면 된다. 안 되긋나?"
너무 갑작스런 제안이라 만호는 어리둥절했다. 지금 하고 있는
중국집을 정리해 카페를 한다 해도 용이가 했던 것처럼 잘되리란
보장도 없었다. 또한 용이네 건물을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만호가 머뭇거리자 용이가 덥석 손을 잡으며 진
지하게 부탁을 했다.
"6개월에 한 번씩은 내도 나온다. 이리 애를 써가 맨그러 놓은
가게를 딴 놈한테 주는 것도 아깝고, 건물도 신경이 쓰이고....
쪼매 도와주라, 만호야. 어이?"
따지고 보면 손해날 장사는 아니었다. 보통 가게의 보증금이나
월세를 생각하면 몇 년 치 돈을 미리 모은다 생각해도 될 정도였
고,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야 급한 대로 용이한테 배우면 될 듯 싶
었다. 도한 자신이 데리고 있던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사장만 바
뀐다고 한다면 아주 못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쪼매 시간을 좀 주면 안 되긋나. 집에 가가 식구들하고 상의도
해봐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식당도 어찌 정리할 것인지 계획도
세워야 될 듯하고 말이다."
"하모. 천천히 따져 보고 하그라. 그래도 나는 니가 했으면 좋겠
다. 아마 지금 하는 식당보다는 벌이는 나을 끼다. 건물 챙기는 게
조금 성가시기는 할 낀데, 그래도 보증금이라 월세 은행에 넣어
놓는다 생각하모 괘안치 안 긋나?"
만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친구랍시고 도와주고
싶어 만호에게 제일 먼저 말한 거라며 용이가 농담처럼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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