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만호는 가족들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오 주방장과 함께
나이가 든 사람들을 몇 사람 더 뽑아 중국집을 운영했다. 식당은
별 탈 없이 잘 되었다. 그때 만호에게 사람에 대한 실망을 안겨주
고 떠났던 김 지배인과 문 주방장은 1년이 안 되어 경찰에 잡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배인은 도박장에서 잡혔고, 주방장은 취직
한 곳에서 돈을 갖고 도망갔다가 잡힌 모양이었다. 만호네가 부산
에 신고를 해놓은 것이 더 보태어져서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는 소
식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왔다.
그 이후 만호는 꽤나 많은 돈을 벌었다. 더 이상 가족들의 배를
곯게 하지 않아도 되었고, 어디 가서 돈 좀 빌려달라고 아쉬운 소
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만호는 그것이면 되었다고, 그렇게 생
각했다. 가난한 대식구의 가장으로서, 몸도 성치 않은 가운데 이
만큼 이루고 만들었다면 부끄럽지 않게 산 인생 같았다.
만호가 가끔 술을 먹고 다짐을 받듯이 부끄럽지 않은 거 맞느냐
고 묻고 또 물을 때마다 아내는 만호의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흥
을 돋워 말하곤 했었다.
"부끄럽기는예! 자랑스런 가장임니더!"
만호는 그렇게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비록 한쪽 눈은 보이지 않
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만호는 친
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동창회도 나가게 되었다. 예전부터 한 턱
쏘라고 이구동성으로 떠들고 잇었는데, 더 크게 성공한 친구들도
많은데 만호를 추켜세우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서 계속 빼던 참이
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참석하지 못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
어서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올 거라며 아내
에게 말하고 동창회에 참석했다.
어릴 적 꼬맹이 때 만난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동창회에 가면 스
스럼이 없어서 좋았다. 이런 저런 계산속으로 만나는 친구들이 아
니어서 더 그런지 몰랐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제 제법 사장님
티가 난다며 만호와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였다.
그때 예전에 결혼식 때 도와주었던 용이를 다시 만났다. 용이는
이제 어엿한 여행사의 상무가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디 외
국으로 여핼갈 일이 있으면 말만 하라고, 여전히 큰 소리로 떠들
었다. 그러나 친구들 모두 그게 빈말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용이는 한다면 하는 놈이란 걸 한 번씩 다들 도움을 받아 알고 있
던 터였다. 몇 순배 술이 돌고 나서 용이는 만호 옆에 앉았다. 정
말 오랜만에 만난 터라 기쁘고 반가웠다.
"만호 니 이제 제법 음식장사 잘한다믄서?"
"무신, 겨우 식구들 굶지 않게 하는 정도인 기라." 용이가 만호를 특 치며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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