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들어서자마자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가족들과 손
님들을 향해 활짝 웃어 주었다. 그리고 그 길로 주방으로 들어가
앞치마를 두르고 면을 뽑고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적당한 손목
의 스텝이 기분 좋을 정도로 뻐근했다. 가족들은 주방에 선 만호
를 따스하게 바라봐 주었다. 물론 잊지 않고 여동생의 툴툴거리는
한마디도 날아들었다.
"오빠야 안 나오는 동안에 벌은 돈은 몽땅 우리 끼다! 오빠야는
아파가 누워 있었으니까네. 언니한테만 줄 끼고! 알긋제?"
빙그레 미소 짓는 여동생의 얼굴에는 이제 장사를 시작하게 되
었다는 안도보다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만호에게 보내는 격려의
힘이 보였다. 그렇게 만호는 또 한 번의 시련을 넘었다.
한동안 만호는 종업원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주방을 책임졌다.
홀은 여동생이 맡았고 카운터는 아내가 책임졌다. 그야말로 온 가
족이 총동원 된 식당이었다.
만호는 이대로 괜찮다면 사람을 많이 쓰는 것 보다는 부족하나
마 믿을 만한 사람 몇 명으로 가게를 끌고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하
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비상사태도 하루 이틀이었다. 여동생과
아내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었다.
만호가 사람을 또 어떻게 구하나 걱정하고 있을 무렵, 오 주방장
이 불쑥 식당으로 찾아왔다. 종배가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오 주
방장은 들어서며 수줍게 웃었다.
"지가 도울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예... 어머니 돌아가시고 또 오
기 뭐해가 진주에 있는 중국집에 있었다 아임니꺼! 종배한테 소식
들었심더! 저를 부르시지예!"
천군만마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만호는 그제야
시름을 내려놓는 기분이었다. 오 주방장이라면 주방을 맡길 수 있
었다. 만호는 오 주방장과 함께 새롭게 중국집을 운영할 수도 있
겠다 싶은 자신감이 서서히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시 시작하는 의미로 만호는 중국집의 이름을 새로 바꾸었다.
그때가 막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어느 해 1월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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