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으니 조금 불편한 듯도 싶었고 매일 방에만 콕 박혀 있
는 아버지가 조금쯤 이상하기도 햇었는지 녀석은 내내 만호의 눈
치를 보듯 얼굴을 이리저리 들이밀며 귀여운 짓을 하던 참이었다.
"배고프나?"
만호의 물음에 녀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먹을까? 뭐 해줄까?"
"헤헤. 짜장면! 아빠가 만든 짜장면!"
"짜장면? 그게 먹고 싶나?"
만호는 활짝 웃으며 말하는 어린 녀석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가
짜장면을 만들어 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짜장면을 만호
는 아이와 함께 나눠 먹었다. 녀석이 입에 짜장면 소스를 잔뜩 묻
힌 채 맛나게 면발을 끌어 올려 오물오물 먹었다. 그 모습이 한없
이 사랑스러웠다.
만호는 그제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비로
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정성스런 한 그릇의 음식!
그랬다. 만호는 그런 음식을 만드는 것을 즐거워했다. 재미있어
했다. 어쩌면 주방에서 나와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서 만호는 조금
쯤 답답해지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자. 사람도 보지 말고, 다른 것도
기대하지 말고,그저 내가 만든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어주는 그
입만 보자. 너무 큰 욕심도 부리지 말고, 그저 묵묵히!'
아들의 입에 묻은 소스를 화장지로 닦아주며 만호는 그제야 활
짝 웃을 수 있었다.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기는 것만 같았다.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만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중국집으로 나가 굵은 면발을 쳐서 가늘고 쫄
깃쫄깃한 면발을 만들고 굵은 감자와 고기가 들어간 소스를 끼얹
어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어졌다. 그 길로 만호는 어린 아들을 데
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만호가 없는 식당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었지만 오랜 단
골들이 많았던지라 사람들은 오랜 기다림에도 싫은 내식 없이 종
업원들 때문에 속이 상해 누워 있는 만호의 근황을 물으며 재촉하
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부족한 대로 여동생과 종배가 주방을 책임지며 어렵사리 짜장면
을 만들어 내놓고 있었다. 만호는 그런 식당의 문을 활짝 열고 들
어섰다. 여름 뜨거운 햇살이 그런 만호의 뒤편으로 눈부시게 비추
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아내의 말을 듣자니, 그때 광명과 함께 만호
가 나타나서 구세주 같았노라고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손님들은 많이 들어와 있는데 아무리 가족들이라 해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 우왕좌왕 그야말로 가게 안이 시장통 같
았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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