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경찰서로 들락거리던 여동생과 사장님이 찾아와 경과를
알려주었다. 알고 보니 지배인이 소개했다는 그 주방장은 먼저 중
국집에서도 돈을 갖고 도망간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주 질이
나쁜 사람이라며 지배인과 고향 후배가 아니라 도박판에서 만
난 사이라고 경찰이 알려 주었다. 재배인은 도박으로 전과도 있다
며 어째서 지금까지 그런 걸 몰랐느냐며 경찰이 되물었다고 했다.
그러거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햇다. 어느 날부터 인가 쉬는 시
간이면 종업원들과 함께 휴게실에 모여 앉아 화투를 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했고, 가족도 없이 혼자 벌어 사는데도 항상 돈이
부족하다며 종업원들에게 이리 저리 융통을 하는 것도 같았다. 거
의 두달에 한 번 꼴로 가불도 해갔다. 그 모든 정황을 보면 도박
을 하느라 그런 것이란 걸 만호는 알지 못했다.
경찰들 하는 말로는 집도 날렸고 그 때문에 아내와도 헤어진 사
람이라고 했다. 가끔 고향에 내려간다는 건 그럼 헤어진 아내와
아이를 보러 가는 것인지도 몰랐다. 만호는 새삼스레 사람을 제대
로 보지 못하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종업원의 가정사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잘 대해주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산 자신이 한없이 모자라게 느껴졌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며칠을 만호는 넋이 빠져서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넋을 놓은 만호를 대신하여 아내와 여동
생이 가게를 챙겼다. 부서진 기물들을 바꾸고, 일단 급한대로 주
지 못한 재료상의 대금은 일부를 정리했다. 그러고도 두어 달의
잔금들이 남아 잇는 상태였다. 만호는 아내도 없는 빈 집에서 혼
자서 술을 마셨다.
채소가게 사장님은 만호가 걱정되어 찾아와 만호가 마시던 술잔
을 빼앗아 훌쩍 마시더니 만호를 다독였다.
"미친 개한테 물렸따고 생각해라. 살면서 한두 번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어딨노. 그 정도면 크게 다친 것도 아인기라!"
사장님은 잊어버리라고 했다. 사람이야 다시 구하면 되고, 식당
이야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해 또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만호
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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