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당하려면 이렇게도 당하는 구나 싶었다. 두 달 전에 급하
게 나가느라 대금을 미리 챙겨주지 못하고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주방장은 자신의 돈으로 일단 재료상들의 돈을 주었다며 만호
에게 돈을 타갔다. 그때부터 였을까. 그런 일이 있고 나자, 만호는
오후에 나갈 일이 생기면 주방장에게 돈을 맡기고 가거나, 돌아와
서 주방장이 대신 낸 대금을 계산해 주곤 했다. 그런데 그것이 하
나도 계산이 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밀려 있었다니... 재료상의
대금을 직접 챙기지 못한 자신의 부주의가 컸기에 만호도 할 말이
없었다.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이러고 있을 게 아이다. 당장 경찰에 신고해가....."
"제 불찰인데 어데 가서 하소연을 합니꺼! 그냥 두이소!"
모든 것이 허무했다. 만호는 경찰서에 가서 미주알 고주알 말하
는 것도 싫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여동생이 아저씨와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남산만큼 부른 배를 내밀며 여동생이 해결하
겠다고 했다. 그동안 결혼을 해 아이를 가진 여동생이었기에 식당
일은 한동안 놓고 있었던 것이 못내 미안했던지 채소가게 사장님
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겠다고 나섰다.
만호는 카운터에 앉아 멍하니 식당 안을 휘둘러보았다. 여기저
기 쓰러진 의자며 테이블들이 마치 꿈속처럼 아련하게 보였다. 그
사이로 아내가 말없이 돌아다니며 청소를 했다. 종배와 여직원도
아내를 거들고 나섰다. 마치 폭격을 맞은 시가지를 청소하는 것처
럼 어수선했다.
만호는 그런 식당이 낮설게 느껴졌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북
적북적 손님들이 오가고, 종업원 식구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더 곳
이었는데 한순간의 물거품처럼 사라진 듯해서 믿기지가 않았다.
모두 다 꿈결 같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만호는 꼬박 3일간을 앓아 누웠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마음껏 아파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당장 먹고 산은 것이 바빠 아플 새도 없었다.
그리고 큰 문제없이 살아온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순간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져 버리고 나니 모든 것이
손아귀에서 저절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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