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만호가 그리 했던 건 자신 역시 주
방에서 잔뼈가 굵은 종업원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힘든 속
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었던 자신이었기에 이곳에서 일하면서
조금이라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결과가 이런 것이라니, 무엇보다 사람에 대
한 실망이 컸다. 말이 많고 투털거리는 게 많았던 지배인이었지만
붙잡고 이야기하면 말이 통할 줄 알았다. 만호의 진심을 알아주리
라 생각했다. 주방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거칠긴 해도 가
끔 술을 먹고 이야기해 보면 호탕한 사람이라 그럭저럭 말이 통한
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따른다고 여겼던 다른 종업원
들이 함께 도망을 쳤다는 것에 대해 만호는 씻을 수 없는 배신감
이 들었다.
만호는 부르르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그때 채소가
게 사장님이 얼굴이 벌게져서 달려왔다. 맥을 놓고 앉아 있던 만
호를 보며 한달음에 상황파악을 하고 나섰다.
"내가 지배인 그놈 진즉에 이럴 줄 알아봤데이. 예전부터 뺀질뺀
질 하는 게 어찌나 능글맞든지... 가져간 게 얼마노 되노?"
만호는 말할 기운도 없어 멍하니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내가 채소 집어 넣어주면서 와 대금을 늦게 주노 했드만, 월급
올린 것 때문에 쪼매 쪼들린다꼬 해서 언젠가 니한테 한마디 할라
캤다.
그리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종업원들 좋은 일만 시키는 기
아이라꼬! 봐라. 그노마들 이리 튀어뿔모..."
만호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아니, 채소 대금이
밀렸다고?" 만호는 눈이 둥그래져서 아저씨에게 물었다.
"채소 대금이 밀렸다꼬예? 일주일 전에 제가 드리라 캤는데예?
밀가루랑 단무지 정산하면서 함께 드리라꼬.... 주방장이 안 줬
습니꺼?"
"뭐라? 그럼 글마 그기....!"
만호는 무릎이 꺾이는 것처럼 힘이 빠졌다. 그대로 주저앉은 만
호는 뒷목이 땅기는 것 같았다. 해도 너무했다. 그렇다면 아예 예
전부터 식당의 돈을 빼돌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만호는 감쪽같
이 속아 넘어간 자신이 한심했다.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는 만호
를 대신하여 아저씨가 장부를 펼쳐 들고 재료상들에게 일일이 전
화로 확인을 했다. 일은 생각보다 컸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단다. 거래 대금 밀린지가. 몰랐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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