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으로 돌아온 만호는 넋이 빠져 멍하게 홀을 바라보았다. 대
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소식을 듣고 종배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어제 나간 이후 처음이
었다. 만호는 맥없이 카운터에 앉아 텅 빈 식당 안을 휘둘러보고
있었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려 진정이 되지 않았다. 뒤이어 아
내와 여동생도 달려왔다.
식당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주방도 엉망이었다. 점심 장사를
끝낸 후 설거지도 미쳐 해놓지 않아 그릇들이 싱크대에 그대로 쌓
여 있었고, 재료창고는 그대로 열린 채 재료가 모두 사라지고 없
었다. 카운터도 활짝 열려진 채 낮에 장사한 돈이 사라진 채였다.
휴게실에는 종업원들의 옷가지도 보이지 않았다. 도망가지 않고
남은 여직원만이 눈물을 글썽이며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만호가 식당으로 들어서자, 바닥에 엎어진 여직원은 울며 만호
에게 다가왔다.
"사, 사장님.... 튀었어예. 모두.... 갖고 튀어뿌렸어예!"
지배인이 나가고 나자, 주방장도 점심장사만 마치고 나간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함께 서울로 가면 모두 함께
새로 중국집에 취직을 하자며 종용을 했고, 몇 사람은 몸싸움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주방장의 연락을 받고 지배인이 왔다고
했다. 주방장과 지배인은 가게를 홀랑 뒤집어엎고 마치 다시는 안
올 사람들처럼 이것저것 챙기며 종업원들을 데리고 쉬는 시간에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댜행히 여직원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
은 터라, 이 싸움에 휘말릴 이유가 없었고, 자초지종도 잘 모르니
함께 가자는 소리도 하지 않았지만 우당탕하며 가게를 뒤집어엎
어 무서웠노라고 울먹이며 만호에게 말해 주었다.
뒤늦게 가게로 달려온 아내와 여동생은 얼굴이 하얗게 변한 채
털썩 주저앉았다. 그동안 얼마나 피땀을 흘리며 일궈온 가게인
데... 한 순간에 이렇게 망가지다니 허망한 얼굴들이었다. 그건
만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호는 분노가 치밀었다. 만호는 종업원
들에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보다 한 푼이라도 더 월급을 주려고 노력했고, 없는 돈을
쪼개 월급도 올려주었다. 만호네 중국집에서 월급을 올려준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퍼줘서 채소가게 사장님은 그렇게 퍼줘서 남는
게 뭐냐며 걱정스레 묻기도 했을 정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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