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인의 눈썹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지배인은 뒤도 돌아
보지 않고 가방을 챙겨나가 버렸다.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들
이 들려왔다. 만호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중국집을 연지 햇수로 5
년이었다. 지배인과도 그러니까 미우나 고우나 5년을 함께 한 것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돌아보지도 않고, 뭐라 말 한
마디 없이 떠날 수 있다는 게 만호로서는 내심 놀랍기도 하고 서
운하기도 했다. 만호는 자신이 그만두라고 말하면 뭐가 변명이라
도 할 줄 알았다. 그랬다면 좀 더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
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만호의 기대가 여지없이
깨진 거였다.
점심장사를 어찌 끝냈는지 만호 역시 정신이 없었다. 지배인 대
신 홀을 보느라 더 정신이 없기도 했다. 또 누군가를 제 손으로 자
른다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아서 만호는 점심장사를 끝내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가서 아이들도 보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
면 금방 마음이 차분해지리라 생각에서였다.
집으로 돌아가 만호는 아내의 무릎에 누웠다. 만사 모든 걸 잊고
이대로 잠이 들고만 싶었다. 그런 만호의 머리칼을 아내가 어린
아이 달래듯 쓰다듬어 주었다.
"돈 버는 것보다 사람 관리하는 게 젤로 어려운거 같다."
"그래서 죽을 때 관 들어줄 친구 둘만 맨그러도 인생 성공했다
안 캅니꺼!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인생 잘 살고 있는 기라예!"
"내가 지배인을 내보낸 게 잘한 일이가? 그 사람도 잘해 보자꼬
한일 일 낀데." 만호는 한숨을 푸욱하고 내쉬었다. 아내가 그런 만호를 보며 살
며시 웃었다.
"또 병 도지네. 그래가 당신은 다른 사람한테 모진 소리를 못하
는 거라예. 잘못한 것은 잘 못한 거이지예. 정 그리 걸리믄, 내일
지배인 다시 불러가 그러지 말라고 주의 한 번 주고, 다시 나오라
카이소."
마치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는 듯이 만호는 벌떡 일
어나 환하게 웃었다. 그랬다. 아내에게 듣고 싶은 말은 어쩌면 그
런 소리인지도 몰랐다. 푸념처럼 하소연을 하고 나면 만호의 마음
을 달래듯이 그래도 사람한테 모질게 하지 말고 데려와라 그런 소
리 말이다. 만호는 활짝 웃으며 이제야 마음이 풀렸다는 듯 어린
아들의 머리를 쓸어 만졌다.
"내일 불러서 술이라도 한 잔 먹으믄서 이바구해야 겠다. 내도
못 할 소리 많이 했으니까네, 달래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 캐야제!"
만호는 불편했던 마음을 다 털어버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저녁
장사를 위해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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