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서 병풍처럼 서서 지배인은 홀 직원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어쩔 때에는 치우지 않은 테이블을 버젓이 보고만 서 있는 경우도
있었다. 손님이 들어와야 그제야 테이블을 치우곤 하니,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깨끗하게 치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휴게실로 몰려가 무슨 말들을 하는지 나
오지도 않았다. 예전 같으면 삼삼오오 모여서 텔레비젼도 보고,
채소 손질을 하며 수다도 떨곤 했었는데 이제는 쉬는 시간에는 철
저하게 쉬면서 오후 장사가 시작할 한 시간 전에야 겨우 얼굴을
비추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저녁장사라고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손님들은 예전과 달리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고, 대충대충 급하게
내놓은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것이 제일 만호의 속을 긁었다.
되도록 종업원들의 문제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그냥 두고 보기
만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을래야 참을 수가 없었다. 문제가
터진 건 여직원에게 그만둔다는 전화를 받은 다음이었다.
여직원은 지배인과, 종배처럼 중국집을 처음 열었을 때부터 함
께해온 사람이었다. 하나 둘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 그만두게
되는 형국이 만호로서는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여직원이
그만두는 이유는, 무서워서라고 했다. 어제 혼자 밥을 먹는 종배
가 안 되어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그 일로 인하여 지배인에게
호되게 욕을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번만 더 종배와 가까이
지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일로 인하여
저녁나절 나간 종배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식당에 문제
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종배가 나간 이유였다.
종배가 나가고 나자 겉으로 보기에는 종업원들 사이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눈에 띄게 지배인과 주방장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마저도 만호에게는 역겹
게 보였다.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어린아이 하나 내보내 놓고 마
치 세상을 다 얻은 듯 잘난 척을 하는 그들이 종업원이라기보다는
폭력배처럼 보였다.
만호는 저들을 내보내고 며칠 힘든 걸 택하는게 나은가, 아니면
식당의 운영을 위해 참고 있어야 하는지, 밤새 고민에 또 고민을
하느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출근한 다음 날 아침,
여직원에게서 그만둔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만호는 재배인을 불러 그만 두라고 통보를 해버렸다. 만호의 갑
작스런 결정에 지배인은 당황스런 표정이었다. 그러나 만호는 단
호했다.
"나는 내 식당에서 이리 직원들끼리 따돌림하고 내모는 거 못 봅
니더! 지배인님이 그만둬 주이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