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다리 보고 도망이나 안 가믄 다행이다. 괜히 풍기문란으로
잡혀 들어가게 하지 말고 조신하게 잇그라.자슥아!"
그렇게 종배와 둘이서 농담을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두 사람은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손님이
온 것이었다. 만호는 활짝 미소 띤 얼굴로 돌아보며 외쳤다.
"어서 오이.....!"
문쪽을 바라보던 만호는 놀라 우뚝 멈추었다. 막 문을 밀고 들어
서던 손님은 바로 용이 그 놈이었다. 용이는 들어서자 마자 고래
고래 소리부터 질렀다.
"임마야!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가 맹글어 놓았는데 이리 파리만
날리쌌노! 옆집에 가시나들은 또 머꼬?"
호기롭게 소리치며 들어서는 용이를 보자 슬며시 미소가 피어올
랐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떠올라 만호 역시 호기롭게 외쳤다.
"파리는 날리지만 이대로 유지하는 게 어딘데 큰소리고! 이기 뭐
쉬운 줄 아나?"
용이와 만호는 덥석 끌어안앗다. 오랜만의 해후였다. 만호는 용
이와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속사정을 이야기 했다. 만호의 이야기
를 듣던 용이가 쯧쯧 혀를 찼다.
"내가 그랄 줄 알았다. 니는 그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그게 문
제다!"
만호가 말없이 술잔을 비우며 용이를 째려보았다.
"화장하고 짧은 치마 입었는데 우째 알긋노. 그냥 다 큰 아인 줄
알았제!'
"임마야, 여자들은 딱보면 기다 아이다 알아야 하는 기다. 너는
우째 얼라랑 아가씨도 구분을 못 하노!"
"히야. 임마 이거.... 누구든, 이런 데서 사람을 쓸 때는 무조
건 주민증록증부터 까봐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인데...."
"그런게 기본인데 와 안 알려 줬노?"
"임마 이거,,,, 누한테 뒤집어 씌우노? 그건 갈쳐주고 말 것도
없이 기본이다. 기본. 임마!"
과거의 일이야 어찌 되었던 그날 밤 만호는 오랜만에 기분 좋게
취했다. 용이 역시 한국에 들어와 제일 먼저 만호가 궁금해 한달
음에 달려왔다며 함께 술을 마셨다.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
가며 용이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만호 니!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 2달 동안 내 한국에 있을 끼거
든!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카페 정상으로 맹글어 놓고 갈 끼다!
옆집에 가시내들 죄다 망하게 해뿔고 갈 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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