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정말 이대로 카페를 그만 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
다면, 이제라도 카페를 접고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게 맞는 것인
지, 아니면 3개월을 기다린 후에 종업원을 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맞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만호가 이런 저런 고
민을 하기도 전에 당장 입에 풀칠부터 해야 했다.
만호는 일단 아는 사람의 중국집에 주방장으로 들어가 당분간
돈을 벌기로 했다. 고민은 일을 하면서 해도 되지만 당장 가족들
은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리 만호가 힘들고 지쳤다고 해도
일은 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덧 3개월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만호는 다시 카페에 문을 열었다.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카페를
청소하고 집기들도 새롭게 꾸몄다. 종업원이라고는 예전에 알던
종배 하나 뿐이었다. 죽으나 사나 종배는 군말 없이 만호의 곁을
지켰다. 달리 할 일도 없었고, 갈 곳도 없어 만호네 집에서 같이
살다시피 했다. 그런 종배는 만호가 중국집에 취직했을 때에도 따
라왔다. 월급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저 만호의 옆에만 있게 해달
라고 할 뿐이었다. 만호는 자신이 번 월급에서 일부분을 종배에게
내밀었지만 종배는 받지 않았다. 나중에 카페가 다시 잘 돌아가면
그때 월급으로 달라며 사양했다. 만호는 종배의 그 마음을 누구보
다 잘 알았다. 그래서 종배 앞으로 통장을 하나 만들어 돈을 넣어
주기로 했다.
드디어 3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만호는 종배와 함께 카페로
나갔다. 온통 먼지를 뒤덮인 카페는 전쟁의 페허가 된 것처럼 엉
망이었다. 종배와 둘이서 하루 종일 먼지를 털어냈다. 그때 옆집
카페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들이 왁자지껄 떠
드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렇게 며칠 동안 만호와 종배는 말 없이
카페를 청소하고 또 청소했다. 청소가 다 끝났는데도 만호는 닦고
또 쓸었다. 그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영업을 다시 시작하기는 했지만 손님이 예전의 반도 찾아오지
않았다. 옆 가게로 죄다 몰려간 탓도 있었고, 무엇보다 만호가 장
사를 할 엄두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옆 카페는 아가씨들이
둘이나 있었다. 문 앞에까지 배웅을 하며 "오빠, 또 와."하는 소리
들이 꾀꼬리 울음소리처럼 들리는데 만호와 종배는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보다 못한 종배가 신경질이 나는지 소리를 빽 질렀다.
"사장님! 지라도 치마를 입고 춤을 출까예?" 그 말에 만호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마나 가게에 손님이
없으면 종배 이 자식이 그런 소리를 하나 싶어 기가 찼던 것이다.
만호는 그런 종배를 향해 슬며시 미소를 띠며 대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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