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의 조사는 밤새도록 진행되었다. 그리고 일단 순심이가
만호와 지배인을 속인 사실은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아무리 순심
이가 나이를 속였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종업원을 채용할 때 주
민등록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만호의 책
임이 되었다. 만호는 한 번만 봐달라고 통 사정을 했다. 카페 영업
을 못하면 당장 생계가 문제였고, 전과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
도 걱정이었다.
지금까지 비록 어렵고 힘들게 살아오긴 했어도 전과자 딱지는
달지 않았었다. 그건 삐뚤게 살지 않겠다는 만호의 결심때문이기
도 했다. 한데 이제 와서 나이 먹어 전과자 딱지라니, 만호는 그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 만호네 카페는 영업정지 3개월
을 당했고, 만호는 어처구니없게도 식품위생전과 1범이라는 전과
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처 여기저기 밀린 외상값을 갚으라
며 성화를 부렸다. 한창 장사를 시작해서 단골이 생길 때 3개월
영업정지를 당했으니, 가게를 그만두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러니 거래처에서도 밀린 외상값을 못 받을까봐 불안하기도 했을
것이다.
만호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통 사정을 했다. 그런데도 거래처
들은 막무가내였다. 급한 대로 두어 달 계산을 해주자 그나마 몇
달 유예기간을 주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3개월 동안 장사를 못한
다면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잘해보자고 시작한 일에 발목
이 잡히자 만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휴업
에 들어가야 했다.
나중에 아는 지인을 통해 물어보지 애초에 경찰에게 잘 말하고
약간의 웃돈을 주면 한 달 정지 정도로 풀어준다고 했다. 그러나
만호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런 부정을 저지르고
싶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해서 더욱 더 가혹하게
정지를 먹은 것도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카페가 3개월 간 문을 닫자,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만호네 가
게 옆으로 또 다른 카페가 문을 열었다. 얼마 전부터 만호네 카페
가 장사가 잘 되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바라보던 커피숍에서 업종
전환을 하고 나선 거였다. 만호는 그런 주변 사람들의 상술에도
기가 막혔다. 게다가 너무 오래 쉬게 되자 기다리기 막막한 종업
원들도 모두 제 살길을 찾아 떠나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