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여동생과 아내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
었다. 그랬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중국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필
요했지만 무엇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 와야 했다. 주방장이 잘못
들어오면, 아무리 주방에서 열심히 일해도, 사장이 아무리 인상이
좋고 잘해도 그 중국집은 망하게 되어 있었다.
중국집을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사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손
맛을 갖춘 주방장도 중요했다. 그래도 만호는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의 소개로 몇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었지만 조건이나 대우
등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리기가 몇 번이었다. 그만큼 주방장을
구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부족한 돈이었다.
"대충 금액을 뽑아 보이, 무엇보다 자금이 부족한 기 큰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남의 돈 빌려가 장사를 하는 건 위험한 일이
고.....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자."
몇 날에 걸쳐 조사를 한 세 사람은 그렇게 씁쓸하게 결정을 내렸
다. 어찌 보면 힘이 빠지는 일이기도 했지만 무리하게 중국집을 열
고 싶지 않은 것이 만호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다.
만호는 제 돈이 아니면 음식에 정성을 쏟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
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빚을 져서 장사를 하면 아무래도 한 푼이
라도 이문을 더 남기려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맛보다는
장사에 먼저 신경을 쓰게 될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장사를 한다면, 빚을 빨리
갚고 싶어 음식에는 덜 신경을 쓰게 될까봐 그것이 무서웠다. 만
호의 결정에 여동생과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만호
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그동안 알아본다꼬 고생했는데, 잊어버리자. 돈 더 벌어가 우리
힘으로 멋진 중국집을 열면 안 되겠나!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더
열심히 일해가, 사거리 중국집보다 더 크게 만들어 놓을 끼다!"
만호의 당당한 태도에 여동생과 아내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중
중국집 개업 문제는 일단락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일이 되려고 했
는지 여기저기서 운 좋게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막 퇴근을 하려고 마무리를 하던 때에 채소가게 사장님이 찾아
왔다.
"만호 있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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