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한편으로는 설레고 또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만 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쪽의 아가씨가 어느 정도 만호의 사정에 대
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만나 보
면 많이 실망할 것이란 사실을 만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만호의 이런 고민과는 상관없이 형수와 옷가게 아주머니
의 약속으로 선을 보러 나가게 되었다.
선을 보기 위해 만호는 아가씨가 살고 있는 김해로 갔다. 중간에
중매를 놓은 옷 가게 아주머니가 동행을 해주어서 그나마 다행이
었지만, 김해로 가는 차 안에서 내내 만호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아주머니께서는 차 안에서 선 볼 아가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를 해주었다.
"키도 크고 인물도 반듯하데이. 그라고 무엇보다 마음이 비단결
인 기라." "........."
"그란데 만호야. 니 안경은 쓰고 있으레이."
그 소리에 만호가 아주머니를 힐끔 쳐다보았다. 한쪽 눈이 안 보
인다는 걸 안다고 했는데 굳이 색안경을 써야 할까 싶었기 때문이
었다. 만호가 쳐다보자 아주머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말은 했어도, 직접 보면 좀 그럴지도 모르니까네, 안경
이라도 걸치고 있으라 그말이다. 낭중에 조금 친해지몬 그때 보여
주어도 되고."
만호는 살짝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그보다 우선인 것은 콩닥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일이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의 집에서는 선보러 오는 만호를 위해 한 상 푸짐하게 차
려놓고 만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만호는
꾸벅 인사를 했다. 아가씨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 만호를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옷 가게 아주머니처럼 활짝 웃으시는 얼굴이
무척이나 선해 보였다.
"일단 시장할 낀데, 저녁부터 묵자."
다짜고짜 아주머니는 만호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만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상을 받자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눈치는 잠깐, 오는 동안 내내 긴장했는지 무척이나 배가
고파서 그야말로 허겁지겁, 게 눈 감추듯 밥을 먹었다. 한 그릇을
똑딱 비우고 나니, 아가씨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 한 그릇을 다시
봉긋하게 채워 주셨다.
"먹는 거 보이 복은 만켔따. 우찌 그리 맛나게 밥을 먹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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