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만호네 식구들을 그야말로 어머니처럼 보듬어 안고 형
님을 대신해 가족들을 돌보며 사시는 형수에 대해 항상 미안하게
생각했다. 지난 번에 선을 본 후, 성사가 안 되었을 때도 형수는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마음 아파했다.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이리 줄줄이 사탕이면, 내라 캐도 도망갈
낀데...."
"정들어가 헤어지기 어려우몬 그기 더 큰일 아임니꺼. 속인다고
그기 될 일임니꺼!"
"하기사 그렇기는 하지만.... 맘 상한다 아임니꺼."
형수는 괜히 자신들 때문에 만호가 장가도 못가고 이렇게 혼자
살면 어쩌나 항상 노심초사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또다시 중
매가 들어왔다는 소리를 여동생에게 듣게 되자 이번에는 놓쳐서
는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마음쓰지 마이소. 옷 가게 아주머니가 느냥 해 본 소리라예."
형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내저었다.
"물어보이 아이라 카데예. 옷 가게 아주머니가 미리 우리 사정을
다 말했다꼬 하데예. 그런 자리라면 나가 보이소. 언제까지 이리
혼자서 살 수는 없다 아임니꺼!"
"아직 학교에 보내야 할 조카들도 있고, 돈을 더 벌어야 카는데,
우째 결혼을 합니꺼! 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직 없으예!"
형수가 만호를 안타까이 쳐다보았다.
"결혼도 때가 있는 겁니더. 우리가 걸려가 그 카는 기면, 그러지
마이소. 우리야 우찌해가 밥은 안 묵겠습니꺼! 손 보이소. 그라고
될 수 있으면, 결혼도 하이소. 방이 없다 카몬 방 얻어가 나가면
되고."
"형수님."
"내도 이번에는 그냥 안 물러납니더. 결혼은 나중이고 먼저 선이
라도 보이소!"
형수도 막무가내였다. 더 이상 그냥 두었다가는 평생 결혼도 하
지 않고 이리 살 것만 같았는지 이미 아주머니에게 손을 볼 날짜까
지 잡아달라며 기별도 넣었다고 만호를 닦달했다. 만호는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일전에 미국에서 영은이가 찾아와 만났을 때, 영은이도 누군가
와 결혼을 하여 아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서야 아, 나도 결
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그 이후로 여
러 가지 형편상, 결혼은 나중에, 아주 먼 훗날에나 생각해야지 하
고 마음을 접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선이라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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