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제에 결혼은 무신 결혼이고. 이렇게 밥 먹고 사는 것만으
로도 감사하제.'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만호는 형수 외에는 식
구 누구에게도 전혀 내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시 중매가 들
어온 것이었다. 만호는 씨익 웃으며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말씀만이라도 정말 고맙습니더! 저는 괘안아예."
아주머니는 만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만호 니, 눈 때문에 그러는 기가? 그리가몬 괘안타. 내가 미리
다 말해 놨다. 괘안타 카더라."
만호는 놀라 쳐다보았다. 어느 집 처자가 한 쪽 눈이 잘 안 보이
는 자신을 좋다고 했는지 그게 더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문
제는 눈뿐만이 아니었다. 아홉이나 되는 대식구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눈도 눈이지만, 시집오면 고생인기라예. 당장 몸 누울 방 한 칸
도 엄는데...'
"너처럼 열심히 일하는데 그게 무신 문제고! 돈이야 벌면 되제.
중요한 거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착한 심성이 있다 아이가! 일단
한 번 봐라."
"그캐도...."
"밑져야 본전 아니가?"
옷 가게 아주머니는 적극적으로 만호에게 선을 보라며 부추겼다.
만호는 또다시 실망하게 될 것이 뻔한 일이라 마음이 그리 내키지
않았지만 아주머니가 어찌나 보채시던지, 그러자고 하고 말았다.
옷 가게 아주머니로부터 중매 제의가 있은지 며칠 후, 잠자리에
들기 위해 씻고 나온 만호를 형수가 불러 세웠다.
"도련님."
만호는 형수를 바라보았다.
"예?"
"도련님, 중매 들어왔다 카데예?"
만호가 방 안쪽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며칠 전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여동생이 형수에게 말한 모양이었다. 큰형님의 아내
인 형수는 만호에게는 어머니 다음으로 소중한 사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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