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 가게도 일찍 마치고 다녀왔다 아이가!' "무신 일인데 그리 급하게 다녀오시는교? 무신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갑네예?"
그런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덥썩 만호의 손을 잡았다. 만호는 눈
이 동그래져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만호 니는 심성도 착하고, 성실하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
은 애다."
갑작스레 손을 잡은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만호는 부
끄러워졌다.
"갑자기 와 그러십니꺼!"
만호가 부끄러워하자 아주머니는 더욱 더 만호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내가 어데 다녀왔는지 아나?"
"예?"
만호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는
살며시 웃으시며 만호를 쳐다보았다.
"니, 선 한 번 안 볼끼가?"
"예? 모라꼬예?"
만호는 깜짝 놀랐다. 선이라니..... 내가 선이라니, 당치도 않는
말이었다. 주렁주렁 달린 식구들 하며 조카들까지 만호가 먹여 살
려야 하는 식구만해도 아홉이었다. 게다가 몸도 성치 않아 한 쪽
눈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런 내가 선이라니, 그건 민폐였다.
만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매도 참. 지금 지 보구 선을 보라꼬예? 제 사정을 누구보다
뻔히 아시면서...."
"만호 니 사정을 아니까네 내가 나선 기다."
"안 됩니더. 멀쩡한 아가씨 인생 망칠 일 있습니꺼!"
그러자 아주머니가 정색을 하면서 만호를 바라보았다.
"니 그게 무슨 말이고? 너처럼 부지런히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
지 일하는 사람이 어데 있노. 마음은 또 얼마나 곱드나. 너 만한
사내 만나가 평생 맘고생 안 하고 사는 게 어덴데."
만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말만이라도 고마웠다. 그러나 만호에
게 결혼은 자기 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만호가 여자를 만나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손님 중에 한 분이
열심히 일하는 만호를 좋게 봐서 아가씨를 한 번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만호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아홉이나 되고, 한쪽
눈마져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대로 없던 일로
하자며 퇴짜를 놓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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