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가 허리를 쭈욱 펴고 팔을 들어 기지개를 켰다.
어느새 저녁장사가 모두 끝이 났다. 만호는 남은 재료를 가게 밖
으로 낑낑거리며 옮겼다. 매일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람들에게 공
짜로 짜장면을 내주던 일은 이제 남은 재료를 밖으로 내놓는 것으
로 바뀌었다. 만호가 점심에 짜장면을 내준다는 소문이 구청에까
지 퍼지자, 구청 사람들은 그제야 괴정시장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
에 대해 살펴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시장에서 팔고 남은 재료를 이용하여 다음날 점심 때
회관 한 곳을 빌려 점심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역시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맞대면 좋은 일은 더 좋은
일로 발전되고 커지는 모양이었다.
'오늘 하루도 고맙습니더.'하고 인사하는 것처럼 만호가 달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따라 둥근 달이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둥근 달 안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며칠 전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난 뒤라 더욱 그랬을 지도 모른다.
만호는 달 속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무이요. 저 잘 살고 있는 거 맞지예.'
가끔 만호는 그렇게 달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이제는 옆에
안 계시는 어머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계신 분이었다.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좋은 옷도 입혀 드
렸을 텐테 하는 아쉬운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그때 옷 가게 아주머니가 만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 일 끝났나?"
만호는 꾸벅 인사를 하며 아주머니를 향해 활짝 웃었다.
만호의 어머니와 거의 비슷한 연배의 아주머니는 항상 만호를
아들처럼 대해 주었다.
"가게 문이 일찍 닫혔더만, 일 보고 오시는 겁니꺼?"
만호가 물었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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