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수의 눈에서 드디어 참았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호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릴 때 함께 고생하던 기억도 떠오르
고, 좀 더 잘 살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움도 밀려들었다.
"사내 자슥이 울긴 와 우노! 앞으로 잘 살면 된다. 안 그렀나. 기
운 내라! 친구야!"
종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호는 종수의 손을 꼬옥 잡았다.
"내일 점심 먹으러 온나. 3시부터는 그냥 와도 된다."
"참말로 그리 안 해도 되는데..."
"아이다. 어차피 좀 새로운 짜장면을 어찌 만들까 궁리하던 중이
었다. 그걸 맛보고 뭐가 더 좋은지 알려주몬 내도 좋다! 꼭 와야
한데이. 알긋제?"
그날 이후로 만호는 점심시간을 끝내고 난 후, 짜장면 시식행사
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종수와 그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짜장면이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모
두들 괴정시장 주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만호는
식당을 가득 메운 채 맛나게 짜장면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하
게 웃었다. 다 먹은 사람들은 각자가 알아서 그릇을 한 쪽으로 모
아 두고,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돈도 한 푼 두푼 내놓기도 했다.
만호가 절대 돈은 받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슬그머니 그릇 밑에
놓아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번 두 번, 만호네 식당에서 공짜 짜장면을 먹은 사람들은 입
에서 입으로 만호네 짜장면 가게에 대해서 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더러는 이런 만호의 일을 돕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 첫 번째는 단연 종수였다. 다리를 다친 종수네 가족이 오갈
데가 없자, 만호는 선뜻 식당 안이 더 따뜻할 터이니 몸이
나을 때까지 만이라도 여기서 지내라고 했는데, 며칠이 지나고부
터 종수는 알아서 식당일을 돕기 시작했다.
만호와 여동생이 퇴근하고 나면 식당의 청소도 하고, 그릇들을
깨끗하게 닦아 놓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배달일이 한참
밀릴 때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배달을 나갔다. 종수가 배달을 나가
고 나면 두 꼬마 녀석들은 식당 안을 왔다갔다 하며 주문도 받고,
보리차도 날랐다. 종수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공짜로 짜장면을
먹으러 온 사람들도 자연스레 종수를 따라했다. 이제는 짜장면을
내주기만 하면 알아서들 먹고는 척척 치우고 가곤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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