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먹던 아이들이 만호를 향해 조용하게 재잘거리는 소리
가 들려왔다.
"아자씨. 아까 묵은 짜장면은 조금 맵드만, 이건 달짝지근하이
참말로 맛나네예?"
어린 녀석이 제법 어른다운 말투로 말하자 만호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어린 아가 어찌 그리 맛을 잘 구별하노? 찐짜로 조금 전 것과
맛이 다른 걸 알긋나?"
만호의 칭찬이 기뻤는지, 꼬맹이 중 큰 아이가 짜장을 묻힌 입으
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참말로 내 입은 정확합니더. 내가 일단 먹어보고 먹어도 되겠다
싶으몬 아부지도 드리고, 동생도 주고 했다 이임니꺼!"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아버지와 동생을 생각하는 녀석의 마음이
기특했다. 만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살
아가는 일을 걱정해야 하는 것에 마음이 쓰이고 아팠다.
불현듯 만호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아저씨 가게에서 맛을 알아맞히는 행사를
할까 하는데, 너그들이 와서 먹고 알아 맞혀 봐라. 뭐가 들어 있는
지 찾아내몬 돈도 안 받는데이!"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정말 공짜로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느
냐는 눈빛이었다.
"며칠 전부터 했었는데, 너그들 참말로 몰랐나? 짜장면에 특별
한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히기만 하몬 된다!"
"참말로예?"
'만호야... 너, 너...."
종수는 그런 만호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만호는 그런
종수를 향해 환하게 웃어 주었다. 짜장면을 다 먹고 난 후, 종수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힌 지폐 몇 장을 꺼내어 만호에게 부
끄럽게 내밀었다.
"고맙데이. 내 가진 것이 이거쁘이 엄따. 받아라."
만호가 손을 저으며 종수를 말렸다.
"친구 사이에 이게 뭐꼬! 괘안타."
"그래도 먹은 값은 치러야지. 너도 땅 파가 장사하는 것도 아닐
낀데...."
"임마야! 됐다. 옛날에 니가 구두도 닦게 해주고, 아이스께끼도
팔 수 있게 해주고 극장에 들여보내 주기도 하고... 내도 니 신세
많이 졌다 이이가. 그거 갚는다꼬 생각해라!"
"만, 만호야... 흑흑....."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