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가 씨익하고 꼬맹이들을 향해 웃어 보였지만, 아이들은 여
전히 경계심을 풀지 못하겠다는 얼굴들이었다.
"괘안타. 아부지 아는 사람이다."
종수가 한마디 하자, 두 꼬맹이 녀석들은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
허겁지겁 다시 빈 그릇을 핥아 먹었다.
"후루룩 쩝쩝! 우와! 진짜 맛있어예!"
두 꼬맹이 녀석들은 입에 짜장면 소스를 잔뜩 묻힌 채 정신없이
짜장면을 먹었다. 그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종수가 씁쓸하게 웃
으며 말했다.
"일찍 결혼해가 아가 둘인데, 고마 마누라가 도망갔다 아이가.
그란데 일하다 다리도 다치고.....휴."
만호는 골목 끝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은 짜장면을 먹고 있는 세
사람을 자신의 식당으로 데리고 와서 바로 만든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짜장면 세 그릇을 내밀었다. 정말 게 눈 감추듯 두
아이들은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만호는 그런 아이들과 종수를 물
끄러미 바라보았다.
"니 소식은 들었다. 짜장면 집에 취직했다 카더만..... 어느새
가게를 갖게 되었네..."
"언제 부산으로 돌아왔노. 전라도 쪽으로 이사 갔다 카드만."
만호가 종수에게 물었다.
"아이. 이사 간 기 아이라 행님 따라 공사판에 일하러 간기다.
내가 그 후 정신차리가 일했다 아이가. 일 년 동안 열심히 벌어가
방 한 칸 마련한다 캤는데, 마누라가 도망갔다."
스산한 바람이 종수의 어깨 위를 스치며 지나가는 것 같았다.
사람 자체는 모진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가 인생이 이리 풀렸나
싶어 안타까웠다. 종수와 만호는 말없이 허겁지겁 짜장면을 비워
내는 두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우찌 지낼낀데? 맨날 이리 멀고 살 수는 없다 아이가."
만호가 걱정스레 물었다.
"다리만 나으몬... 뭐라도 해야제. 아이가 둘 아이가."
종수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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