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 역시 그릇털이범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통째로
그릇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만호가 생각에 잠
겨 있을 때, 밖에서 여동생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야! 이리 나와 봐라!'
식당 앞에서 여동생이 만호를 손짓해 불렀다. 저녁장사준비를
하다 말고 가게 앞으로 나간 만호는 깝짝 놀라 여동생을 쳐다보
았다.
"이게 머꼬?"
거기에는 좀 전에 시장으로 배달을 보냈던 빈 그릇들이 말끔하
게 비워진 채 놓여 있었다. 여동생은 식당 앞에 가지런히 쌓여 있
는 빈 그릇을 보며 만호에게 물었다.
"이걸 누가 갖다 놓은 기가? 아주 깨끗하게 묵었네?"
만호는 골목을 둘러보았다. 그 어디에도 빈 그릇을 가져다 놓은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빈 그릇들을 챙겨 주방으로 돌아
와 물끄러미 그릇들을 살펴보던 만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
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싱크대에 그릇을 넣어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만호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기는 배고픈 아들이 먹은 기다!'
그릇이 깨끗하기는 했지만 일부러 씻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
물 한 방울, 건더기 하나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겠다는 생각
으로 혀로 핥아 먹은 자국들이었다.
만호는 마음이 짠해졌다. 먹을 것이 없는 시장 통의 떠돌이 아이
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일부러 더 많은 양의 짜장면을 담아 배달을
나갔다. 시장 안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왜 그리 양이 많아졌는지
물었지만, 만호는 그저 씨익하고 웃을 뿐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만호는 옷을 갈아입고 식당을 나섰다.
"오빠야, 오데 가는데? 저녁장사준비 안 하나?"
여동생이 물었다.
"금방 댕겨 올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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