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가게 바깥을, 아주머니는 가게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빈
그릇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를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데이. 빈 그릇이 어데로 갔단 말이고? 혹시
여동생이 가져간 거 아이가?"
만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만호가 잠시 가게
를 비운 사이 여동생이 가져갔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늘 그릇
을 챙기는 건 만호의 몫이었기에 그럴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식당에 가 확인해 보고 저녁 때 다시 올게예. 그라몬 장사 잘
하이소 !"
만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 가게로 향했다. 그러나 다음 가게
에서도 그 다음 가게에서도 만호는 빈 그릇을 수거하지 못했다.
어느 가게에도 빈 그릇이 없엇기 때문이엇다. 만호가 마지막에
들른 채소가게에 이르러 아저씨에게 불안스레 물었다.
"아저씨, 빈 그릇이 없네예?"
"아까 누가 그릇을 가져다던데. 새로 온 사람 아이가?"
만호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졸라 아저씨를 쳐다보았
다. 이건 분명 도둑이었다. 빈 그릇들을 죄다 챙겨가 어디에 팔아
먹으려는 건지, 배달 나갔던 집들의 그릇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만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채소가게 아저씨에게 다시 물었다.
"언제 왓었는데예?"
"쪼매 전에. 그란데 이상한기, 그릇만 가져가고 돈은 아이 받아
가드라. 아를 하나 썼는 모양이제?"
"예?.... 어데로 갔습니꺼?"
"니 가게 쪽으로 가던데. 잘못 준기가?"
채소가게 아저씨가 눈이 동그래져서 만호를 바라보았다. 만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으예. 가게에 가서 한 번 확인한 후에 다시 올
게예. 마이 파이소."
만호는 자전거를 타고 식당으로 돌아오며 시장의 구석구석을 살
폈다. 혹시나 골목 어귀 어디에서 그릇들을 챙기는 수상한 사람이
있는가 싶어 잘 살펴보았으나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만호가 빈손으로 식당에 들어서자, 여
동생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와 그릇이 한 개도 없노?"
"아이다. 다른 볼일이 좀 있어가... 나중에 저녁 때 다시 한 번
가봐야 한다.
만호는 주방에 혼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배달 나간 그릇을 몰래 훔쳐가는 전문 털이범들인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