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정시장 안에서 만호네 짜장면은 맛도 맛이지만 유난히 양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몸을 써가며 일하는 사람들의 한끼 식
사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어야 한다는 만호의 생각 때문이었다.
만호네 짜장면은 한 그릇을 두 사람이 나눠 먹어도 될 만큼 푸짐
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가끔 별식 정도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지만, 시장에서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끼로도
온종일 충분히 배가 불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만호는 괴정시장 안에 배달을 했던 그릇들을 찾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여동생이 식당의 정리와 저녁장사를 준비
하기 전에 그릇들을 모두 챙겨와야 했기에 만호는 자전거 배달을
힘껏 밟았다. 옷 가게와 수선 집, 채소 집과 과일가게 등 괴정시장
안에서 배달을 시켰던 곳에서 그릇을 찾아오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주매요. 짜장면은 잘 드셨는교?"
"오이야. 만호 니 그리 마이 주몬 남는 게 있나? 우리야 맛나게
양이 많으니까네, 하나 시켜가 둘이 논가 먹어가 좋은데, 니는 장
사 그리 하몬 우짜모?"
"괘안십니더. 맛나게 자시면 되었지예. 그란데 그릇은 어데 있습
니꺼?"
가게 앞을 휘이 둘러보며 만호가 물었다. 옷가게 아주머니가 커
다란 몸을 이끌고 가게 앞으로 나섰다.
"그기 없드나? 만날 놓던 자리에 두었는데?"
늘 빈 그릇을 놓아 두는 가게 밖 마네킹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없는데예?"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 가게 안을
찾아보았다.
"미스 강이 그릇을 잊아삐리고 안 내놨나..... 안에도 없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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