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맘호는 이내 방바닥에 앉아 집안의 훈훈함을 맘껏 들이
키고 있었다. 짐을 부리고 방으로 들어온 아내가 코를 킁킁거리는
만호를 바라보았다. 잘 보이지 않아도 아내의 시선이 만호를 향하
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와? 뭐하는 짓인가 싶나?"
"그리 좋은교?"
아내가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물었다.
"응. 좋다. 집이 이리 좋은 걸 너무 오래 병원에 있었다 아이가.
진즉에 퇴원을 할 걸."
만호는 싱긋 웃으며 아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비단 불편한
병원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왔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진
심으로 걱정해 주고 챙기려는 가족들이 있는 품으로 돌아왔다는
그 안도감이 만호를 더욱 더 마음 편안하게 하는지도 몰랐다.
더불어 만호는 낫지도 않는 병을 끌어안고 병원에서 돈이나 축
내는 자신의 모습이 무엇보다 싫었다. 종배가 저지르고 간 일을
아내가 처리하면서 그나마 모아 두었던 돈의 상당량을 쓰게 되었
다는 사실을 여동생을 통해서 들었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만호까
지 큰 수술을 하여 또 큰돈을 써 버렸으니 만호로서도 병원생활을
하는 것이 편치만은 않았다.
걱정을 하려고만 든다면 한 다발이겠지만 만호는 잠시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쉬면서 골똘히 생각해
볼 참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다 살았구나, 어찌 살아야
하나 막막한 기분이 들어었지만 며칠 전 아내의 흐느낌을 듣고 난
후에는 만호는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진 참이었다.
이대로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식충이 마냥 방구석에 혼자 앉
아 있을 수는 없었다.
만호는 부쩍 커가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가장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자신을 무능한 아버지라고 느끼게 하고 싶
지는 않았다. 더불어 아내가 자신을 대신하여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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