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앞이 안 보이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깨닫게 느끼고 절망했음에도 어찌 보면 지금까지 그것의 문제에
대해 재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러한 때에 아
내의 눈물을 보자, 덜컥 자신의 문제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되
었던 것이다. 만호 역시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정말이지 앞
이 안 보이는 것이다. 앞이 안 보인 채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날 밤, 만호는 밤이 늦도록 뒤척이고 또 뒤척였다.
아내가 만호의 아침을 챙기고 있었다. 만호는 밥을 떠먹여 주는
아내의 손을 더듬거리며 찾아 수저를 자기 손에 쥐었다. 아내가
멀뚱히 만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묵어 볼라꼬. 좀 봐도."
만호는 더듬거리며 수저로 밥을 퍼서 자신의 입에 넣었다. 반찬
그릇도 감으로 익히고 국도 퍼 먹었다. 그런 만호를 바라보던 아
내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는 것
이 느껴졌다. 만호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밝게 말했다.
"밥 묵는 것이야 본능적으로 할 수 있다. 울지 마라. 앞으로 평
생을 내 옆에서 밥 묵여 주며 있을 수는 없다 아이가. 내도 내 손
으로 밥은 묵고 싶다."
도리어 용기를 낸 건 만호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너무 초라해지는 것 같아 견디기 어려웠다. 그릇이며
반찬의 위치를 대충 알게 되자 몇 번의 실수 끝에 그럭저럭 밥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만호는 밥을 먹으며 아내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제 집에 가자. 여기 더 있어 봐야 낫지도 않는다 아이가."
숨죽여 흐느끼던 아내의 울음소리가 드디어 거세게 들려왔다.
이제야 만호도 아내도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 것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호는 아내가 있을 법한 쪽을 바라보았다.
만호는 보이지 않아도 아내를 느낄 수 있었다. 아내가 느끼는 슬
픔이 고스란히 만호에게 전해졌다.
"울지 마라. 조만호 그리 약하지 않다. 언제는 어려움이 없었나.
보이고 안 보이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기라. 너무 그라지 마라.
쾌안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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