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퇴원을 미루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만호 역시 두말
않고 병원에 있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삼일이 지나갔다. 자고 일어나
면 혹시 눈이 보일까, 빛이 느껴질까 만호는 아침마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실망했다.
그런 날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만호의 절망감은 더 커졌고
이제는 어느새 앞이 안 보이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
을까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이렇게 언제까지고 낫지도 않는 눈을 가지고 병원에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어린 두 자식들을 계속해서 장모님에게 맡
겨 둘 수도 없었다. 그 무엇보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살아갈
방편도 마련해야 했다.
만호는 혼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을 떴다가 도로 감았다.
오늘 자고 나면 내일이면 눈이 보일까 하는 기대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만호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병실 안은 모두 잠이 들었는지 어둡
고 고요했다. 물속처럼 깊은 구덩이에 빠져들 듯 만호 역시 침대
에 누워 이불을 끌어당기다 문뜩 아내의 손길을 느꼈다. 아내는
만호가 잠들 때까지 만호의 옆에서 만호를 지켜주었다.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만호는 간이침상에 앉은 아내의 낮
고 깊은 울음소리를 들었다.
강하게만 보였던 아내가 울고 있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만호는 보이지도 않는 눈을 떠서 아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한 번도, 결혼하고 나서 단 한 번도 만호에게 눈
물을 보인 적이 없는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숨을 죽인 채 낮게 흐
느끼고 있었다. 만호 때문이었다. 만호는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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