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옆에서 아내와 형수, 여동생이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다 만호의 상태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었다. 만호는
천천히 세상을 향해 손을 벌리듯, 눈을 떠 보았다.
"...."
"어, 어떤교? 지가..... 보입니꺼?"
기다리다 못한 아내가 먼저 만호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아내의
기척이 바로 앞에까지 느껴졌다. 만호는 입을 다물었다. 의사선생
님이 만호의 눈에 손전등을 비추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만호
는 조금 환했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느낌을 받았을 뿐, 아내와 여
동생 그리고 형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을 침묵을 지키며 그대로 있는 만호의 모습에 가족들
역시 대꾸없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전에 의사선생님으로부터
큰 기대는 하지 말라며, 워낙에 안 좋은 상태에서 수술을 결정하
였기에 기적을 바라는 것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만호를 보자, 덜컥 그것이 무서운 현실로 느
껴졌던 것이다.
만호는 말없이 먼 산을 바라보듯 고개를 들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두 눈을 모두 잃고 앞이 보이지 않은 채 세
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보다는 허탈함이 만호의 가슴
을 짓눌렀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누구보다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왔는
데, 왜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연달아 겹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
하고 또 궁금할 뿐이었다.
의사선생님이 나가시며 며칠 더 병원에 머물며 경과를 보기로
했다. 눈에 붕대를 풀었을 때 바로 눈이 환하게 잘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 후에 천천히 어둠이 걷히듯이 서서히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좀 더 살펴보자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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