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만호의 손 위에 나머지 한 손을 턱하니 얹었다. 그러자
만호 역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인데, 고생을 많이 해가 그런가 영 까칠한데. 우짜면 좋노."
"자꾸만 이 곱디고운 손을 까칠하다 카네. 그라몬 퍼뜩 나아가
확인해 보이소. 내 손이 얼마나 비단결인지. 뽀얀 기 참말로 곱고
이쁘다 캐도 와 이리 안 믿는데예."
"알았다. 내 이 붕대 후딱 치아 뿔고, 바로 확인할 끼다."
만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내 아내의 손을 쓰다듬고 또 쓰
다듬었다.
어쩌면 만호와 아내의 농담은 그것이 사실이 되었으며 하고 바
라는 간절한 마음의 다른 표현일지도 몰랐다. 만호는 수술을 할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눈이 정말로 나았기를 빌었다. 그것은 아내
역시 마찬가지일 터였다.
드디어 눈의 붕대를 푸는 날, 만호는 아침부터 벌떡이는 심장 때
문에 진정이 잘 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수술을 결정하고 병원생활
만 어느새 석 달여를 보냈다. 그 석 달 동안 만호는 어두운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지만 답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두 눈
모두를 잃고 살아가야 한다면 만호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힘
든 상황일 것이다.
만호는 그렇게 초조하게 의사선생님이 병실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호의 초조함을 눈치 챘는지 아내가 말없이 만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만호 역시 아내의 손을 맞잡았다. 드디어 의사선
생님이 붕대를 풀기 위해 찾아왔다. 아내가 의사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붕대를 풀 테니 천천히 눈을 뜨셔요. 수술 후에 한참을 그라고
있어서 쉬이 안 떠지는 수도 있습니다. 잘 안 보일 수도 있고요.
너무 초조해 하지 마시고, 천천히 떠 보시면 됩니다."
"예.알겠습니더 선상님."
만호가 초조함에 입술에 침을 바르고 한숨을 삼켰다. 의사선
생님이 천천히 붕대를 풀어냈다. 수술하고 석 달 만에 붕대로 가
려진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붕대를 다 풀고 나서 의사선생님이 만호에게 말했다.
"자, 이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시고 눈을 떠 볼까요?"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