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카데예."
아내의 목소리였다. 아내의 말이 끝나자 여동생이 근심스런 목
소리로 대꾸했다.
"대체 모한다꼬 그리 자신을 혹사시킨 거고? 봉사나 진배없이
살았다 카는 기 말이나 되나?"
어느새 여동생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그 옆에서 형수가
다짐을 놓듯 두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소리가 만호의 귓가에 생생
하게 날아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아임니꺼! 쪼매만 더 경과를 지켜보면
좋아질 수도 있다 카니카네 미리 짐작들 하지 마이소. 이번 수술
은 좋았다 캤다 아임니꺼!"
만호는 형수님의 말을 들으며 수술은 끝이 났고, 경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마음이 놓였다. 이제 시간이
흘러 붕대를 풀게 되면 그나마 한쪽 눈은 보이게 될 것이다. 다시
아내와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두 눈을 붕대로 감고 있는 며칠 동안 만호는 세상을 볼 수 있다
는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일어나서는 늘 똑같은 태양의 햇볕과 하늘, 나무, 들판
등을 볼 수 있고, 또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들을 향해
마주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일상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만호는 이제야 비로써 깨닫고 있었다.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다고
느끼는 순간, 눈에 이상이 온 것이었다.
만호는 정작 눈을 잃고 나서야 눈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눈이 좋아지면 하나라도, 감사하게 또렷하게
봐야지'하고 만호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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