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도 못 찾은 만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만호를 바라보던
여동생이 다짐을 받듯이 만호에게 한마디 했다.
"군소리 말고 하라는 대로 해라. 오빠야가 지금까지 엄청 열심히
일한 거 안다. 첨에 한쪽 눈이 안 보인다 캤을 때 치료를 제대로
받았으모, 지금 덜 할낀데..... 우리가 죄인들이다."
"그기 또 무슨 소리고. 와 또!"
"오면서 새언니캉 말했다 아이가, 우리가 너무 식구가 많아가
오빠야가 엄청 힘들었을 끼라고. 우리 식구들 맥여 살린다꼬 이일
저일 막 했다 아이가? 그런 사람이 자기 눈 아파도 어디 병원을 가
긋노. 어쩌면 오빠야 눈을 이리 맨근 건 우리들인 기라."
여동생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떨려왔다. 자신의 눈이 나빠진 것
을 식구들 모두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만호 자신이
무엇보다 싫고 미웠다.
"그리 생각하지 마라. 내 눈 수술하모 좋아진다 카드라."
그 말에 여동생이 다시 한 번 만호를 바라보았다.
"그기 참말이가?"
"하모. 의사랑 상담하고 나서 수술하기로 했는데..... 내가 쪼매
더 있다 하자 캐서 저러는 기다. 수술할 끼다. 수술하모 좋아진다."
"그라모 수술해 삐제, 와 안 한다고 버티다 그리 소리를 듣노."
"알았다. 고마해라."
만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 문제로 이렇게 온 가족이 나서서
만호를 걱정하는 것도 싫었고, 아내에게 근심을 안겨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래서 만호는 아내의 뜻에 따라 수술을 받겠다
고 하며 아내를 달래었다. 아내는 만호의 그 말을 듣고서도 쉬이
마음을 풀지 않았다. 만호의 수술 문제를 놓고 아마도 난생 처음
부부싸움을 하던 날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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