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리한 건 아니고예, 당분간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비워졌
습니더."
"하모 나중에 다시 할 수 있는 기가?"
아내가 말없이 만호를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힘든 이을 계속 할라꼬예?" 아내의 그 말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다시는 만호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게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다짐과 이제는 좀 쉬운 일
을 찾아봐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 만호의
눈을 치료해야 한다는 약속도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만호는 그런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고생길을 작정하고 온 시집이라지만 앞으로 또 얼마나 아내를 힘
들게 할지 만호는 그것이 두렵고 무섭게 느껴졌다.
"병원..... 가야겠제?"
만호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는 여전히 만호를 바라보
았다. 그러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루가 다르게 희미하게 보인다 아닙니꺼. 가끔 당신을 보믄,
많이 참았다 싶어지네예. 얼마나 떼돈을 번다꼬 눈을 베리가믄서
그라는지..... 진작부터 병원에 같이 가고 싶었지만, 당신이 하도
안 간다 캐서..... 그러니까네 이제는 안 됩니더. 당신이 안 간다
캐도 내가 업어서라도 데불로 갈낍니더. 돈이 뭐 중요합니꺼, 사
람이 먼저제!"
만호는 아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내의 얼굴이 흐릿하게 만
호에게 다가왔다. 아내는 그런 만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만호
도 그런 아내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런 사람이, 만호의 곁에 있다
는 것이 만호는 그 무엇보다 든든하고 좋았다.
레스토랑을 다른 사람에게 임시로 맡기고 만호는 대학병원에 입
원을 했다.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이번 기회에 정
확하게 만호의 눈 상태를 검진받아야 하다는 아내의 고집 때문이
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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