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운 만호는 아내의 간호를 받았다. 만호가 병원에 있자,
아내는 아이들을 장모님께 맡기고 내내 만호의 옆에 붙어 있었다.
결혼을 하고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생활하기는 처음이었다.
만호는 계속 중국집이다, 카페다 일을 한다고 밖으로 나돌았고,
아내는 두 아이들을 건사하느라 정신없이 삶을 살았기에, 두 사람
이 만나는 시간이라고는 아침 일찍이거나 늦은 밤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두 사람만이 병실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은 투털거리고 싸우고 어느 날은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아졌다.
그동안은 두 아이들과 가정을 보살피는 사람으로서 아내를 대했
다면, 최근에 함께 있으면서도 여자로서 아내가 참 좋아졌다. 새
삼스레 아내의 눈과 코와 입이 그리워졌다. 어찌 생겼는지 머릿속
에 그려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도 부쩍 많아졌다.
만호가 가끔씩 아내의 얼굴을 만지려 할 때마다 아내는 수줍게
만호의 손을 쳐내긴 했지만 그 마음은 잘 알고 있었다. 만호는 손
을 내밀어 옆에 앉아 있는 아내의 손을 더듬더듬 찾았다. 만호가
아내의 손 마디 하나하나를 쓰다듬자, 예전 같으면 쑥스럽다고 피
하던 아내가 가만히 만호에게 손을 맡기고 있었다.
"미안하데이. 참말로 행복하게 해준다꼬 데불고 와가 이리 고생
을 시키네. 이 손이 옛날에는 참말로 고왔는데...."
만호가 아내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내의 장난기 어린 목
소리가 들려왓다.
"무슨 소린교. 지금도 비단결 같구마는."
만호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라? 이 손이 우째 비단결이고? 비단 안 만져 봤나? 아이다.
까칠한 게 영..."
아내도 농담을 받아 치며 웃었다.
"뭐라꼬예? 잘 만져 보이소. 참말로 비단결이라카이."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