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얼굴을 다시 못 보게 될까봐 그게 제일로 무서워요."
만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걸 느꼈다. 또한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세게 때리는 것만 같았다. 이 어린아이가 자신의 눈이 안
보이게 되면 어쩌나, 그래서 세상이 깜깜해져서 자신이 정말 사랑
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벌써 두려워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지나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한쪽 눈만 안 보이지만, 언제인가는 나머지 눈도 안 보
일 수 있대요. 그때가 되면... 엄마 얼굴을 못 보잖아요. 전... 그게
제일 무섭고 또 무서워요."
만호는 저도 모르게 지나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지나가 만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왔다. 가늘게 떨리는 지나의 어깨를 만호는 따
스하게 안아 주었다.
왜 모르겠는가. 그 두려움과 공포를. 한동안 그렇게 울고 있던
지나를 일으켜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지나가 만호의 손
을 마주 잡았다. 만호는 씩 웃으며 지나를 향해 말했다.
"지나야 니, 무서워 할 거 하나도 엄따. 세상은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이다."
만호는 지나를 바라보며 내내 쓰고 있던 색안경을 벗었다. 꼭 감
긴 채 살포시 떨리는 만호의 눈이 보였다. 만호는 눈을 뜨려고 애
를 쓰는지 살며시 떨고 있었다. 그때 지나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 아저씨... 앞이 안 보이세요?"
지나가 놀라움에 만호에게 물었다. 만호가 살며시 웃으며 지나
를 바라보았다.
"몰랐제? 아저씨 앞이 안 보이는 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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