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이지 않아도 사람들의 반응은 피부로 즉각 느껴진다. 지나
가 만호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만호는 일부러 씩 웃었다. 옆
에서 아내가 지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저씨가 공짜로 아이스크림을 준다 카는데 안 먹을 끼가? 지
나라고 캤나? 지나는?"
지나는 쭈삣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내의 따스한 음성이
느껴졌는지, 지나가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작은 소리로 웃었다.
만호 역시 지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지나야, 니 이리 와 봐라."
만호는 지나와 함께 문방구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주로 만호
가 햇볕을 바라보며 오후를 보내던 평상이었다. 그 자리는 유독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는 자리였다. 내내 어둠 속에만 있던 만호에
게 환한 빛을 고스란히 보내주던 햇빛과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이
기도 했다.
"여그 앉아라. 해님하고 고마 딱 정통으로 마주보는 자리다!"
만호가 자신이 늘 앉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더니 지나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해님이 여기서 마주 보인다구요?"
"그래! 지금은 조금 차갑지도 않게 내리 쬐어주는 자리다. 아무한
테나 내주는 자리가 아이다. 특별히 니한테는 주는 자리다."
"왜요?"
지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음.... 그기는 말이다... 지나 니가 한쪽 눈이 잘 안 비니까,
특별히 해님하고 친하게 지내라는 뜻이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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