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의 급작스런 말에 아내도 그 엄마도 놀라는 눈치였다. 아이
의 엄마는 당황스럽다는 듯 얼버무렸다.
"어머, 어머, 아저씨가 왜 나서요? 뭘 안다고?"
"아지매가 저 아이의 눈이 조금 안 보인다고 하여 차별하는 건
아는데예! 왜 놀겠다는 애들을 억지로 떼어놓으려 합니꺼! 장애가
무슨 큰 잘못도 아이고..."
옆에서 아내가 만류를 하고 나섰다. 성일이 엄마는 만호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화를 냈다.
"아저씨가 뭔데 끼어드냔 말이에요! 우리 애 축하 파티에 원하지
않는 애는 안 데려갈 수도 있는 것이지! 참 별꼴이야! 짜증나!
가자 성일아!"
성일이 엄마는 성일이를 데리고 문방구를 나섰다. 성일이를 따
라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모두 빠져 나가고 난
그 자리에 지나라는 아이만이 남았다. 어느새 지나는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 울음이 마치 만호의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울려오는
것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만호는 지나의 울음소리를 듣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지고 편해진다 해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몸이 조금 불편한 것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불편했다. 장애를 가진 것이 무슨 큰 잘못이
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의 눈총은 따갑고 힘들었다.
만호는 훌쩍이는 지나를 바라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아
이가 받았을 상처 그리고 앞으로 받으며 살아갈 상처가 느껴졌다.
만호는 일부러 지나 쪽을 바라보며 활기차게 물었다.
"니, 아이스크림 먹을 줄 알제? 아저씨는 지금 목이 말라가 하나
먹을 참인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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