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이 엄마는 성일이를 만호 앞으로 데리고 와서는 조용히 야
단쳤다. 그 앞에 있던 만호는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를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이면 몸이 불편한 애를 데리고 와 인석아. 멀쩡한 애랑
놀아도 되잖아. 어쨌든 오늘은 안 돼. 아니 아니, 앞으로도 쟤랑
놀지 마!"
"놀지 마? 놀면 안 되는 거야?"
아무 것도 모르는 성일이는 왜 그래야 하느냐고 엄마에게 물었
다. 성일이 엄마는 뭣도 모르면서 왜 아무하고나 친하게 지내냐는
듯 성일의 어깨를 툭툭 쳤다. 또한 조용히 말한다고는 했지만 그
앙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는 문방구 앞에 퍼지고도 남았다.
만호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자기도 모르게 불끈 주먹에 힘이 들
어갔다.
사람이 눈이 안 보이게 되자 어느 날부터는 목소리만으로 그 사
람을 보게 된다. 목소리에 정겨움이 묻어나는지, 노여움이 묻어나
는지, 사람이 차가운지, 따스한지.....
참 신기하게도 눈에 뵈는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게 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굵은 목소리
를 가지고 있어 위엄있게 느껴지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사람의 감
정마저 감출 수 없듯이, 큰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이 참 사납겠다
싶지만 오히려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간직한 사람도 있듯이 말이다.
만호는 성일이 엄마라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순간 경멸스런 말투
를 느꼈다. 그건 지나가 앞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더불어 나쁜 사
람처럼 취급하는 태도에서도 느껴졌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성일이 앞으로 다가갔다. 옆에서 아내 역시 그러한 만호를
위태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지매요. 와 아이들이 놀라하는데 놀지 말라 캅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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