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아니고 이번에 우리 성일이가 반장이 되어 축하 파티를
해 주려고요."
기세등등한 말투로 아이 엄마가 대답했다.
그때, 막 문방구 앞으로 한 꼬마아이가 다가섰다. 반장이 되었다
는 성일이는 뒤늦게 나타난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 앞에 서서 물
었다.
"엄마, 얘도 같이 가자. 우리 반에 새로 전학 온 아이인데, 선생
님이 친하게 지내라고 했어."
성일이는 천진하게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엄마에게 말했다. 아이
의 엄마는 내내 성일이가 반장이 되었다고 자랑하던 목소리에서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근데! 얘 눈이 왜 이러니?"
한쪽에 멀뚱하게 앉아 있던 만호가 눈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귀를 종긋 열었다. 잘 보이지 않으니 목소리만으로 상황을 짐작해
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성일이와 친구들 그리고 성일이의 엄마라
는 사람이 아이를 세워두고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응, 지나는 한쪽 눈이 잘 안보인데. 그래서 선생님이 우리보고
같이 잘 놀라고 했어. 그치 지나야?"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는 아이는 아마 지나라는 아이인 모양이었다.
"지나는 서울에서 왔다하데예. 선생님이 특별히 반장인 성일이
보고 잘 놀아라 캤어예! 그치! 성일아?!"
다른 친구가 이야기를 거들었다.
"응. 앞으로 난 지나의 오른쪽 눈이 되어서 지나를 잘 돌봐줄 거
야. 엄마, 이렇게 해야 착한 아이지?" 성일이는 순진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하는 듯했다. 그러나 성
일이 엄마의 목소리에는 싸늘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어...어. 그래도.... 축하 파티에 같이 가면 좀... 너의들은 놀이
공원에 가서 놀 건데, 앞이 잘 안 보이는 지나가 놀다 다치면 어떡
하니.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것도 그렇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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