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아이들도 사람들도 색안경을 쓴 만호를 힐끔 쳐다보는
듯 했지만 아내와 만호가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만호가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
였다.
그러던 어는 날이었다.
그날도 만호는 이동문방구앞 의자에 앉아서 햇볕을 쬐면서 바
람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곧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우르르 하고 아이들이 문방구로 몰려와 이것저것 골라
댈 것이다. 아침에는 주로 문구류를 판다면 오후에는 단연 군것질
거리가 최고였다.
문방구를 열고 며칠 지나자 아내는 오후에 장사를 하려면 문구
만 가지고는 안 된다며 이이들의 간식거리를 함께 팔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어차피 제일 바쁜 건 오전일 테니 오후에는 번데기나
간식, 아이스크림 등을 팔면 그것대로 벌이가 될 거라며, 아내가
아이스크림 기계와 장비를 구해와서는 문방구 앞에 판을 벌였던
것이다. 어떤 날은 온종일 문구류를 판 것보다 아이들의 군것질거
리 판것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문방구 앞은 만호가 지키고, 아
내는 문방구 옆에서 아이스크림과 분식 등을 팔았다.
만호는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추어 내내 햇볕을 쬐곤 하다가
문방구 앞으로 다가와 가게를 지켰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라들 오기 시작한다. 학교가 끝났는 갑다."
만호가 아내를 향해 말했다. 어느새 아내가 옆에 다가와서 만호
의 손을 잡았다. 만호는 아내의 손을 잡고 문방구 앞쪽으로 와서
앉았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이동문방구로 왔다. 지우개며 공책이며 연
필 따위를 산 아이들이 이동문방구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기계 앞
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 뒤로 한 아이의 엄마가 와서 계산을 했
다. 아마도 아이의 생일인 모양이었다. 때마침 아내가 문방구에
있어서 아내가 계산을 도왔다.
"아이 생일인가 보네예."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축하해 주기 위해 폭죽이며 이런
저런 물건들을 한아름 들고 서서 계산을 하며 빙긋이 웃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