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바쁜 때가 지나고 나면 아내는 다시 만호가 찾기 쉽게
물건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면 둘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오전에
장사한 매상을 정리하는 건 아내의 몫이었고, 사실 바쁜 때가 지
나고 나면 만호가 할 일은 없었다. 멀뚱멀뚱 앉아 있기가 뭐해서
만호는 아내에게 미안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잠시 바쁠 때가 지나면 할일이 하나도 엄따. 죄다 당신 일거리
만 되제. 그제?"
"무슨 소린교? 바쁠 때 도와주는 기 얼마나 큰데! 얼라들이 이거
주이소 저거 주이소 하모 정신이 하나도 없는 기라예. 그런데 당
신은 물건이 어디 있는지 척척 알고 있으니까네, 아까도 세 번째
선반 뭐 옆에 있다꼬 알려줘가 후딱 찾아다 줄 수 있었다 아임니
꺼! 훨씬 수월했으예. 그리 생각마이소."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는 아내가 만호는 더없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장가를 너무 잘 든 것이라고 아내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아내는 만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이젠 느는
건 거짓말이라고 놀려대긴 했지만 소리 내어 웃어주곤 했다.
밖에서 일을 할 때보다 옆에서 이렇게 함께 일을 하니 아내와의
사이는 더없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문방구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장사가 크게 잘되는 건 아니었지만 집안 살림의
어느 정도는 도와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내는 벌리는 정도에 맞추어 생활을 하면 된다고, 예전처럼 많
이 벌리지 않는 것에 대해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라며 만호를 다
독였다.물론 그때 벌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렇
게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아
내는 만호를 위로했다.
이제는 만호 역시 서서히 문방구에서 물건을 파는 것에 익숙해
져 갔다. 물건의 위치도 모두 파악했고, 재고나 그날그날 팔리고
난 물건들을 대신해 채워 넣는 것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죄
다 찾아서 했다. 만호는 가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낮
시간 동안 문방구 앞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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