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그야말로 시장통처럼 정신이 없었다. 학교 앞에 처음 문
을 연 문방구여서 그런지 아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것저것
사는 바람에 만호도 아내도 아침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
였다. 바쁜 아침 등교시간을 마치고 나서 만호와 아내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았던 것이다.
"휴~, 먼 놈의 아들이 왜 그리 떼로 오노!"
만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내 역시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얼라들이라 그런지 시끄럽기는 어찌나 시끄러운지, 혼을 다 빼
놓는다 이임니꺼!"
아내는 만호에게 냉수 한 대접을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럭부스럭 물건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만호는 아내가
서 있는 방향을 보며 말했다.
"뭐하노? 물건 정리는 어제 다 해놨구마는."
"말도 마이소. 얼라들이 이리저리 뒤집어 놔가 다시 정리해야 합
니더! 쬐끄만 얼라들이란 것을 잊어뿔고 우리가 너무 열심히 정리
만 해놓은 기라예. 얼라들이 보고 어데 제자리에 놓습니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게 문을 열었어도 되었을 낀데."
하긴 그도 그랬다. 아무리 정성스레 물건을 정리하고 제자리에
놓아두어도 아이들이 한바탕 휘젖고 가면 물건 정리를 다시 해야
만 했다. 연필과 지우개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은 예사였고
학년별로 정리해 놓은 공책이며 책들이 마구잡이로 어질러져 있
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제자리에 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곤 하
지만, 어디 그게 말을 한다고 제대로 지켜질 일이던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