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아 세상에 대해 절망감에 빠져 있던 만호는 요즘
새로운 일 때문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일을 준비하면서 온 몸에 힘이 솟구치는 쾌감이 느껴졌다. 또한
자신을 주저않히려고 하는 운명에 맞서는 오기도 생겨났다.
아내는 여동생과 함께 시장조사를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문방구
를 할 만한 자리 몇 군데를 알아 와서 만호에게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동문방구를 하려면 돈이 어는 정도 필요한지,
학교 주변에 아이들이 얼마나 다니는지, 기본적으로 장사가 어느
정도 되겠다는 것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옛날 중국집의 휴게소 있잖아예? 그거 두 개 정도 붙여놓은 크
기의 상가문방구자리도 봐났는데..."
"그런 곳은 비쌀 끼다."
만호와 아내는 마주 않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도 그리 생각해예. 가게의 세도 엄청 비싸고, 처음 생각했던
대로 이동문방구가 좋을 것 같아예. 장소는 집 앞에서 가까분 구
학초등학교 앞에서 하면 될 끼고.... 장사미천으로 생각해 둔 금액
에서 넘지도 않고 남지도 않고, 딱 좋은 것 같아예."
"또 한 군데는 고등학교랑 초등학교가 붙어 있다 했제?"
"예. 그기는 소방서 옆에 위치한 곳인데, 초등학교랑 고등학교가
붙어 있기는 한데, 학생 수는 구학초등학교 앞이 더 많아예. 둘 중
에 어는 곳을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예, 그래도 이왕이면 얼
라들이 많은 곳이 안 낫습니꺼?"
만호와 아내는 오랜 고민 끝에 구학초등학교 앞에서 이동문방구
를 하기로 했다. 문구를 사기 위해서는 국제시장이나 길 건너편
토성동 상가 등에서 좋은 물건을 구입하여 팔면 장사는 제법 잘
될 듯했다.
만호는 일단 가게의 물건을 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학년별로,
금액별로 차곡차곡 물건을 정리했다. 아내는 물건을 정리한 후,
만호에게 일일이 물건의 위치와 가격을 알려 주어야 했기에 다른
가게보다는 문방구를 시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마냥 물건만
챙기다가는 안 될 것 같아서 대략의 위치를 파악한 후에 일단 장
사를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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