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의 모습 그대로 어머니는 어린 만호를 달래고 있었다.
"해봤자 내는 안 된다. 못 한다 아임니꺼. 딴 얘들도 못 하는데
내라고 되겠습니꺼?"
호랑이 같은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번에 80점 밑으로는 모두 몽
둥이찜질을 당할 각오를 하라고 엄포를 놓은 터였다. 어린 만호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공부를 해보기도 전에 아예 못한다는 선언을
하고 있었다.
"만호야."
"와예."
"안 된다고 성만 내지 말고, 해보려고 자꾸만 노력해 보그래이.
이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엄따. 노력조차 하지 않기 때
문에 안 되는 기제..."
그때 큰누나가 들어왔다.
"오늘은 어무이가 특별히 만호 니 준다꼬 고기반찬까지 해오셨
는데, 만호 니는 어무이를 위한 공부도 아니고 니를 위한 공분데
그기 하기 싫어가 그라고 있나? 니는 고기반찬 먹을 자격도 엄따.
공부하기 싫음 하지 말그래이."
"아이다! 누가 하기 싫다 캤나. 할 끼다. 한다꼬."
고기반찬이라는 말에 냉큼 책을 다시 집어드는 만호를 보며 어
머니는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셨다.
"우리 만호 장하데이."
'장하긴요. 고기반찬이 있다 카니까네 하는 거지 모."
입을 비쭉 내밀며 눈을 흘기는 큰누나를 모른 척 한 채 열심히
책을 보는 만호를 어머니는 내내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어무이..." 살면서 가장 기쁠 때, 가장 슬플 때, 가장 힘들 때, 그때마다 늘
어머니가 떠올랐다. 만호 너라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셨던 어머
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던 어머니.
'그래요, 어무이. 해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건 어무이의 자식답지
않은 거지요. 해볼 낍니더. 거기서라도 내를 꼭 지켜봐 주이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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