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어릴 적,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새벽까지
삯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만호는
굳게 다짐을 한 것이 있었다.
'절대 나는 내 아내에게 고생을 시키지 않을 거야. 아버지처럼
그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결국 어머니가 모진 현실의 삶을 이기지 못하고 병이 들어 돌아
가시는 것 보며 만호의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딱히 집안에 돈을
벌만한 사람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큰형과 누나의 만류에도 불
구하고 만호가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돈벌이에 나선 것은 바로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아무리 앞이 안 보인다 해도 아내에게 전적으로 생계를 책임지
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난다고 했고, 세상에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고도
했다. 만호 역시 앞이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살아갈 방도를 찾
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가지고 있는 돈으로
만호가 할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만호는 되도록이면 아내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되
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처리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이 서툴고 물건의 위치나 방향
때문에 헤매기도 했지만 하나씩 익혀 나갔다. 아내는 만호가 일부
러 그러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너무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
라고 말했지만 어차피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면 빨리 적응력을 키
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만호의 노력 덕분인지 이제는 집 안에서는 제법 혼자서 돌아다
닐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아내가 놓아둔 물건을 만호가 더 정확
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아내가 피식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