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일요일에는 온 종일 만호의 지압원에서 눈치껏
심부름도 하고, 사람들에게 만호에 대해 묻고 다니곤 했다.
심지어는 지압원을 휘젓고 다니며 조만호 원장을 인터뷰
하러 왔는데 피하기만 한다고, 아는 것만큼 이야기해 달라
고 손님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만호는 그런 기자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도 끈기라면 남에게 지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적극적인
백은미 기자를 당해낼 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마침내 만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승낙하였다.
"뭐 다단한 인생이라꼬 취재까지 한단 말입니꺼!"
"취재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선생님께서 그동안 살아오신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더!"
만호가 부끄럽게 고개를 숙였다.
"뭐 자랑스런 인생이라꼬, 그 시대에는 누구나 그리 어렵게 살았
구마. 특별히 나만 그리 산 기 아인데..."
"그캐도 어떤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끼면 바로 실망해서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임지꺼. 조만호 원장님은 그때마
다 한국인 특유의 뚝심으로 벌떡 일어나 새로운 일을 찾으셨잖아
예. 요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합니더."
만호의 이야기는 그 후 몇 차례에 걸쳐 신문과 잡지 등에 실리며
강의를 초청받기에 이르렀다. 만호는 그럴 때마다 귓볼이 빨개지
도록 부끄러웠지만 자신의 삶을 거울삼아 누군가가 힘을 낼 수만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의
지력이 약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조만호가 여태까지 살아온 삶이 그러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도 그러하듯이....
만호는 사람이 희망이고, 좋은 마음이 세상을 만든다고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더 맣은 사람들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바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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