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을 치려던 마음도 이내 사라지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진정한 부모님의 사랑인지도 몰랐다. 한도 끝도 없이 퍼주는 부모
님의 사랑을 자식들이 어찌 알겠는가만은 만호는 한사코 할머니
를 설득해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해드리는 치료는 아주 기초적인 기라예. 할무이. 할무이
뱃속에 장기를 좀 고쳐야 한다 아임니꺼! 할머니가 연락하기 정
어려우면 내가 해볼 끼라예!"
며칠을 벼르고 벼르다 만호가 다짐을 받듯 강하게 말하자 지압
을 받던 헐머니가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
"또 한 번만 그런 소리하모, 내 여기 안 온다. 와 우리 아들한테
엄한 소리 할라카노! 이만큼 살았으면 살만큼 살았다! 자석들한테
짐 되기 싫다는데 와 그라노!"
그 할머니를 볼 때마다 만호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만약 어머니
가 살아계셨다면 저런 모습이리라. 무한정 자식에게 애정을 쏟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로 평생 자식들을 보살피며 자신의 몸이 어떻
게 축나는지 모르고 사셨을 것이라고 만호는 생각했다.
만호는 벌떡 일어나 앉아 씩씩대며 만호를 노려보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다시 조용히 눕혀드렸다.
"알았으예. 앞으로는 그저 할무이 허리랑, 피곤하고 아픈데만 치
료할랍니더, 아들 보고 싶으면 내한테 오이소. 내가 할머니 아들
처럼 다 받아줄꾸마."
사람들의 몸을 치료하면서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려는 만
호의 노력은 어느새 부산에 파다하게 퍼졌다. 예전 괴정시장에서
열성적으로 일하는 만호네 짜장면 집이 소문이 나는 것처럼 손끝
맵고 야무진 지압원이 있다고, 그 원장은 마음도 참 좋다는 소문
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펴져나갔다.
그런 소문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 만호네 지압원에는 사람들도
넘쳐나게 되었다. 그래서 때로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지압을 받을
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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