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압을 하던 만호가 먼저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압을 받
던 할머니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하모, 매일 저녁에 안부 인사한다. 잘 있냐꼬, 밥은 묵엇느냐꼬
묻고 또 묻는다."
"할무이는 복도 많으시네. 그런데 허리는 왜 이리 꼬부라졌노.
밭일을 쪼매 줄이시소."
"어데! 이번 농사지으면, 아들네 집에 보내야제. 이번에 고추도
그렇고, 배추도 그렇고 얼마나 튼실하게 잘 되었는데!"
해마다 아들네 집으로 고춧가루며 김치 등을 만들어 올려 보낸
다는 할머니는 아들을 향해 무한정의 살을 베풀었다. 그러나 정
작 그 아들은 한 번도 어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 만호는 일부러
할머니가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 어깨에 돌덩이처럼 얹힌 피로가 단순한 피로가 아님을 할머니
의 온 몸을 주무르며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할무이. 그리 보고 잡으면 한 번 올라 가이소! 아들 보러."
"어데. 사는 게 바쁜 아헌티 와 가서 짐을 주노. 내는 여기 가끔
와가 이리 안마 받고 가모, 그것으로 댔다. 늙고 병든 에미 가모
누가 좋아한다꼬!"
"그러다 큰 병 맹글모 우얄라꼬 그랍니꺼! 서울 아들한테 가서
병원에도 가고, 치료도 받고 그랍시더!"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여기 오면 조 원장이 이리 잘해 주는데
뭐 할라꼬 서울에 가는데!"
할머니를 지압할 때마다 만호는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아들 하나 있는 것을 배추 심고 고추 심으며 정성 들여 키워
놨더니 서울로 올라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아들
이 뭐가 그리 귀하다고 해마다 고추며 배추를 한 아름씩 올려 보
내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할머니를 대신해서 서울에 기별을 넣어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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